어느 분이 제 글 링크를 공개된 어딘가에 남기시면,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들어오셔서 덧글을 남기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문의나 이의제기는 환영합니다만,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는 아무 내용 없는 글(뻘글)을 남기는 경우도 있더군요.
안그래도 누적된 덧글 수가 매우 많은 상황이다보니,
논의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 없는 덧글은 추후 삭제할 수 있습니다.
0. 들어가며
헌혈의 진실이라는 글이 최근 또다시 네티즌 사이에 회자되었습니다.
정말 지긋지긋한 떡밥이지만, 해마다 며칠~몇개월 간격으로 반복되는 일입니다.
게시 초기에 그 글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덧글이나 반응이 올라오면 이내 진화되기도 하지만,
그런 글이 한 번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거나 추천을 받아서 더 많은 불특정다수의 네티즌에게 화제가 되면 이후로는 이런저런 종합커뮤니티나 블로그, SNS에 빠르게 퍼져나가게 됩니다.
한참 뒤에 바른 정보로 지적이 들어가게 되면(일단 이슈화되고 나면 올바른 정보나 지식을 갖춘 분들이 그 글이 무용함을 반론하기 시작하니까요) ‘아니면 말고...’식으로 잠잠해질 뿐이죠.
이미 수 천~수 만의 네티즌들에게는 헌혈과 혈액사업, 혈액원과 적십자 등에 대한 불신의 감정이 더 넓고 깊어진 상태로 말이죠.
인터넷을 통해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경우는 굳이 위키피디아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례에서 매스미디어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으로써 훌륭한 역할을 하곤 있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는 보다 더 성숙한 시민(citizen)의 역할을 기대하며 때로 자격을 얻기도 하구요.
그러나 이런 터무니없는 글들이 반복적으로 퍼지고 그런 글을 의심없이 믿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대중’의 관심과 이해와 능력은 집단지성의 그것과는 전혀 방향이 다르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곤 합니다.
일상에서 나름대로 깨어있는 시민인듯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종종 이렇게 또 다른 편향 및 악의적인 정보 앞에서는 비판의식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야 맙니다.
저 또한 정보의 어느 영역에서는 그런 나약하고 무지몽매한 대중이 되어있지는 않을까를 생각하면 두려움마저 느낍니다.
(어쩌면 저는 운좋게 이 부분에 제 관심이 맞닿아서 현명하게 대응하고 반박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겠죠.)
특히 이번에 좀 더 크게 퍼져나간 이유는 특정 커뮤니티의 헤비업로더가 글을 펌해서 올렸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분이 나름대로 그 커뮤니티에서는 신뢰받는 업로더였거든요. 그러니 더 많은 분들이 의심없이 믿고 추천을 했던 것이겠죠. 물론 당사자는 나중에 진실을 알고 글을 자진삭제하고 사과문까지 올렸습니다만, 이미 그 글은 여러 커뮤니티에 무한 펌이 되고 말았죠.
'헌혈의 진실'은 애초에 2004년경에 병원의 처우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허구로 작성한 글입니다.
일단 그 글은 시작부터 '보호자가 헌혈증서 두 장을 들고 혈액원에 혈액 두 봉지를 사러 갔더니 장당 1000원만 깎아주더라'로 시작합니다.
상식적인 분들은 거기서부터 그 글의 허구를 눈치채는 거죠.
혈액은 의료기관의 혈액은행에서 지역혈액원으로 전산을 통해 신청을 하고 공급을 받습니다.
(전산프로그램이 없었던 과거에는 유선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혈액을 산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입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은 발달했지만 일반대중의 헌혈에 대한 지식은 크게 부족했기에 그런 어처구니없는 글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당시 혈액사업이 갖고 있던 여러 한계와 난관, 적십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실제로 헌혈률 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에는 헌혈시설도 크게 부족했고 종종 수혈사고도 있었고 혈액은 만성적으로 부족했고, 이따금 개인적인 비리 등이 기사화되기도 했고, 정책적으로도 시스템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부족한 점들이 많았죠.
적십자의 부실한 혈액관리를 비판할 부분도 분명 있지만, 당시의 수혈사고 중에는 부득이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B형, C형간염, HIV 검사에서 잠복기를 줄여주는 핵산증폭검사(NAT)도 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검사를 해도 잠복기에 의한 부적격혈액이 유통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기도 했죠.
지금은 모두 핵산증폭검사를 하고 있고, 실제로 2003년인가 이후로는 에이즈가 수혈로 감염된 사례도 전혀 없구요.
(그리고 이러한 수혈감염을 수혈과 헌혈을 혼동하여 헌혈감염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헌혈하다가 감염된 사례는 전혀 없습니다. 바늘을 포함한 모든 의료소모품은 1회용이니까요.)
유언비어로 인해 헌혈률이 감소하자 적십자는 결국 경찰수사를 의뢰했고 최초유포자는 잡혔습니다.
자식이 아픈 젊은 가장이었는데 혈액원이나 적십자와는 무관하게 정말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십자는 처벌을 하지 않고 다시는 그런 글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만 받고 선처를 해줬습니다.
그때 만약 처벌을 했다면 오늘날 이렇게 시시때때로 그 글이 반복적으로 재유포되었을까요?
언젠가 다음에 그런 글 또 돌려서 이슈화하는 사람이 있으면 적십자가 고소하거나 제3자가 고발을 해서라도 정말 처벌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됩니다.
그러면 언론도 그제서야 사건사고이슈로 다룰 것이고 바른 정보가 더 노출되겠죠.
아래는 기본적인 헌혈의 상식을 다룬 내용입니다.
http://www.bloodinfo.net/misunderstanding.do
아래는 그 기사에 대해 항목별로 반박한 내용이 나오는 보도내용입니다.
위 글에는 2008년이라고 되어 있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이게 매년 반복적으로 유포되는 글이고 2008년에 다시 넓게 퍼졌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헌혈의 진실'이 인터넷에 회자된 일은 2004년과 2008년 이후로 가장 큰 규모의 소동일 것 같습니다.)
위 링크로도 반박은 충분하지만,
저는 유언비어와 관련해서, 동시에 좀 더 일반적인 오해를 포함하여 서술적으로 전체 내용을 말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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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십자는 기업?
적십자는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근거하여 세워진 특수법인이며 비영리기관입니다.
(기업이나 제약회사라는 얘기는 완전히 거짓입니다)
매년 반나절을 따로 할애하여 국정감사도 받고 있습니다.
공공연한 감시를 받는 기관이다보니 몇몇 일반 시민사회단체보다는 오히려 더 투명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까일거리가 더 많아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죠.
물론 완벽한 조직은 없습니다.
완벽한 조직도 그 안의 구성원 모두가 완벽하지는 않겠죠.
그래서 끊임없이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감시하고 견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에 속아서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적십자회비 역시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근거하여 적십자회비 모금을 행정기관에서 협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내가 어디로 이사를 가든 주민센터나 시군구청은 그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그게 국가와 행정기관의 기능이죠.
그래서 행정기관의 협조로 지로용지가 발송되는 것이구요.
대한적십자사가 사사로이 시민의 개인정보를 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법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되는 일입니다.
아울러 용지 다음에 다시 보시면 '자발적인 성금'이라는 표기가 적혀 있습니다.
* 현재는 세대주 1만원, 개인사업자 3만원 이상, 영리법인은 5~50만원입니다.
적십자회비에 대한 경기적십자블로그의 포스팅입니다.
http://ggredcross.blog.me/50185296790
* 적십자회비가 대북지원에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남북협력기금이 따로 있음).
우리가 낸 적십자회비로 긴급재난구호, 취약계층 생활지원, 일반구호, 안전교육, 청소년적십자활동, 국제보호, 봉사 등이 이루어집니다.
정부에서 직접 어려운 이웃을 돌봐준다면 좋겠지만, 아직 정부의 복지정책과 예산, 그리고 관심과 노력이 그 정도가 아니라는 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죠.
13만 자원봉사자와 24000명의 청소년적십자원, 500명의 안전교육 전문강사진이 있는 적십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존재합니다.
(25000명의 베테랑 자원봉사자들이 수행하는 봉사시간만 계산해도 1년에 120만 시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호우나 홍수 피해시에 복구해주고 급식품 보내주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쌀과 부식, 도시락 등을 제공해주는 일을 다른 어느 기관이 할 수 있을까요?
아흔살이 넘으신 할머니께서 매주 찾아와주고 도시락도 전해주는 자원봉사자에게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쓴 삐뚤빼뚤한 손편지 사연도 있었습니다.
유니세프? 국제난민기구? 굿 네이버스? 세이브 더 칠드런? 어느 기구들도 국내 소외이웃을 돌봐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앞의 두 기구의 후원회원이기도 합니다)
2. 혈액사업?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인 근대의학에 기반한 의료시설 도입과 함께 수혈치료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간 혈액관리원을 통해 국가주도로 혈액사업을 관장해왔지만,
정부기능의 한계가 존재했던 부분이 있어서 1980년에 정부는 대한적십자사에 혈액사업을 위임했습니다.
인도주의(휴머니티)를 지향하는 적십자정신은 혈액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는 적격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외국에서 적십자가 해당 국가의 혈액사업을 담당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등의 여러 나라에서는 혈액사업을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호주, 일본, 핀란드 등의 많은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적십자가 혈액사업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등 또 여러 나라에서는 적십자와 민간혈액원(민간이더라도 비영리)이 혈액사업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습니다.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적십자혈액원을 통한 혈액공급률이 높은(93%) 편이지만 한마음혈액원도 존재하는 만큼 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정부부서 및 산하기관을 통해 정책관리, 질관리는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혈액사업은 애초에 명백한 비영리사업입니다.
혈액사업으로 영리를 추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또한 적십자 안에서도 일반회계와 병원회계, 혈액회계는 각각 분리되어 있습니다.
적십자회비는 혈액사업과도 무관합니다.
혈액원은 혈액을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받은 혈액수가를 통해 혈액사업을 영위합니다.
그리고 그 혈액수가는 정부가(보건복지부장관 고시) 결정합니다.
헌혈자는 무상으로 혈액을 내주지만, 혈액원이 채혈, 보관, 검사, 공급까지 일을 진행하는 모든 단계에서 비용이 발생하니까요.
헌혈의집 임대료, 간호사들 급여, 채혈보관검사장비, 혈액검사, 의료소모품구입, 기념품, 과자와 음료수, 헌혈홍보 등 수많은 비용이 발생하죠.
정부가 그 비용을 계산해서 혈액의 가격을 정하고 혈액원은 의료기관에 혈액을 공급해서 정해진 수가를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환자는 혈액수가의 일부만 부담합니다. 건강보험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의료수가 낮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혈액수가도 마찬가지로 외국에 비해서(물가 감안하더라도) 크게 낮은 편입니다.
이는 사실상 국민들의 수혈비용이 적은 편이라는 것이죠.
(물론 건강보험보장성을 높여서 더 부담을 낮게 하거나 무상의료를 실현하거나 할 필요는 있지만 이는 혈액원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구요)
혈액원(적십자)이 이득을 위해 혈액을 제약사에 판매한다는 얘길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약사에 공급하는 것은 수혈에 사용되지 않는 혈장에 국한됩니다.
그 혈장으로 제약사는 혈장분획제제를 만듭니다.
제약사로 공급하는 이유는 혈장분획제제를 만드는 시설이 2개 제약사에만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2곳에만 허가를 내줬습니다).
또한 혈장분획제제 역시 환자들이 사용하는 필수치료제입니다.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화상치료제, 혈우병치료제 등이 모두 혈장분획제제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감기약 만드는 것도 아니고, 실험실에서 일반적인 의학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혈액을 빼돌려서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을 만드는 곳에 판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ㅎㅎ)
결코 이득이나 이윤을 위해서 제약사로 혈액을 빼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정도의 혈액수요와 공급 수량 등에 대한 정보는 정부부처와도 전산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빼돌리거나 이윤 챙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구요.
덧붙여 우리나라는 부족한 혈장을 수입하는데에 매년 수백억원을 쓰고 있습니다.
3. 헌혈은 안전한가?
헌혈은 건강한 헌혈자가(그래서 문진을 하지요) 아무런 대가없이 잠깐의 불편을 감수하고 시간을 할애해서 자발적으로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자신의 혈액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헌혈 후에는 인체의 자정작용으로 조혈기능이 왕성해져서 부족한 혈액을 빠르게 보충합니다.
혈액의 생성과 사멸은 어차피 몸 안에서 꾸준히 반복되는 일입니다.
새 피가 생긴다고 해서 특별히 건강에 좋을 이유도 없지만,
'몸의 균형이 깨져서 그걸 복구하는데 한달이나 걸린다'는 것도 전혀 의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헌혈시의 채혈량은 최소단위의 출혈량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다만 부족해진 혈액량으로 빠르게 혈액순환을 하려다보면 일시적인 산소결핍이 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헌혈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보충, 무리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는 것이죠.
헌혈 후 운동하지 않는 것 정도야 모든 헌혈자들이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겠지만,
사실 좀 더 세심하게 자신을 관리해야 합니다.
운동 뿐만 아니라 노래방에서 뛰어놀거나 쇼핑을 하거나 대중교통에서 오래 서 있는 것 등도 헌혈 직후의 상황에서는 유의해야 하죠.
피로감이 굳이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그러나 우리몸의 자정작용 내지 회복기능은 놀라운 것이어서 줄어든 혈액량만큼 비장에 비축해 둔 혈액이 순환계에 유입되고, 또 그만큼의 혈액을 왕성하게 만들어냅니다.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충분히 혈액량은 다시 정상화됩니다.
물론 혈구상태까지 원상복귀되는 것을 고려하여 재헌혈간격을 2개월로 정해둔 것이구요.
나에게는 30분~1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하루, 한달, 평생이 될 수 있는 것이 헌혈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헌혈을 해야겠죠.
4. 의사는 헌혈 안한다?
의사는 헌혈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흔하게 도는 유언비어입니다.
일반인 헌혈률이 5.4%입니다. 헌혈건수로 5.4%이지, 헌혈자수로는 3.3%입니다.
1년에 100명 중 겨우 3~4명이 헌혈을 합니다.
의사는 직업일 뿐입니다.
인격이나 인성을 보증해주는 그 무엇도 아닙니다.
의사라고 특별히 헌혈을 많이 할 이유는 없습니다
헌혈시에 학생, 군인, 회사원, 주부, 공무원 등의 10여가지 직업분류를 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직업을 적지는 않기 때문에 의사헌혈률 통계는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의료인 전체 헌혈률은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아울러 의사라고 해서 모두 헌혈을 잘 아는 것이 아닙니다.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는 헌혈전문가라고 할 만 합니다.
혈액내과 전문의도 전공 특성상 헌혈을 잘 알게 됩니다.
수혈현장을 많이 접하는 외과의나 마취과의도 자연스럽게 헌혈에 관심을 갖게 되고 헌혈에 대해서 일종의 의무감 내지 책임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헌혈을 실천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분과는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관심이 아니라면 그다지 헌혈을 잘 알지 못하며 실제로 많은 의료인들이 잘 모릅니다.
의료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시판에서도 이런 현상은 어렵지 않게 확인됩니다.
특히 혈액수급시스템이나 혈액사업, 헌혈정책에 대해서는 일반 의사들은 전혀 문외한입니다.
보통 수련의때 수혈에 대해 배웠을 뿐 헌혈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으니까요.
의사들이 헌혈하지 않는다면 그냥 안하는 사람일 뿐이지 헌혈에 대한 특별한 전문지식이 있어서 헌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헌혈에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는 의사는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그렇듯이요.
'의사는 헌혈 안 한다더라'라고 말하고 글쓰는 사람들의 주장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그들 스스로 가지고 있는 헌혈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일 뿐입니다.
어쩌면 그런 핑계로 자신이 헌혈하지 않는 것을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표현에도 과장이나 허세, 왜곡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정말 의사나 간호사가 '헌혈 하지 말라'고 얘기하다면(헌혈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나 간호사 자격증만 있지, '의료인'으로서는 실격이며 학문적으로도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헌혈이 ‘위험한 것이라거나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그 어떤 연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1901년 혈액형이 발견된 이후로 (헌혈을 포함한) 수혈의학은 끊임없이 발전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합리적인 학문적, 임상적 성과를 완전히 부정하고 모든 치료를 거부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헌혈과 수혈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의심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5. 헌혈증서에 대한 오해
'헌혈증서를 병원에서 안받는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회자됩니다.
그러나 그 얘길 하는 사람 누구도 직접 겪었거나 제대로 아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들은 얘기라며 쓰는 수준입니다.
헌혈증서 환부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일관된 정책이 있고 처벌조항도 있습니다.
이십여년 전에 변두리 병원이었다면 몰라도 지금은 그런 곳은 없습니다.
십여년 전에도 없었지만, 정말 만에 하나 제가 모르는 사례가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그럴 이유도 그로 인해 얻어질 메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헌혈증서를 받고 서류만 갖춰서 나중에 청구하면 병원은 헌혈증서 공제비용에 해당되는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게 되는데 왜 그런 불법을 저지르겠습니까?
(아주 오래 전에는 그런 행정적인 일처리조차 모르거나 귀찮아서 임의로 안받을 가능성이 존재했던 것이죠.)
사실 수혈치료는 시골 구멍가게 수준의 병원에서 행해지는 일이 아니고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법률을 무시하고 헌혈증을 안받는 예외사항조차 발생하기 힘듭니다.
‘헌혈증을 안받는 병원도 있더라’ 하는 네티즌의 얘기를 그대로 믿으시면 안됩니다.
애초 ‘헌혈의 진실’이라는 글이 퍼지는 것도 그런 소문에 혹하는 반응 때문이겠지만요.
정보는 ‘카더라 통신’처럼 쉽게 보이고 들리는 것 위주로 습득하려고 하지 마시고, 제대로된 출처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6. 마치며.
헌혈에 관심가져주세요.
우리나라 헌혈의 80%는 10대와 20대의 헌혈입니다.
30대 이상은 겨우 20%에 불과하죠.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도 기형적인 연령별 헌혈참여구조입니다.
(아프리카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에이즈감염자가 많아서 성인헌혈자가 적은 합리적인 이유라도 있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헌혈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고, 이런 잘못된 정보에 속아서 헌혈을 기피하는 경향도 큰 이유이겠죠.
이런 글을 검색해서 보게 되시는 분도 10~30대 분들일 겁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헌혈의 필요성과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시고 동참시켜주세요~
살면서 세 명 중 한 명은 1회 이상의 수혈을 경험합니다.
누구나 수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암환자만 120만명인 시대입니다.
나와 내 가족, 내 친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8촌 이내 직계가족은 면역상의 이유로 수혈을 해줄 수 없습니다.
혈액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익명의 타인이 대가없이 기증해준 혈액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혈액원과 적십자, 혈액사업을 의심하는 것만큼, 인터넷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시기 바랍니다.
비판적 사고는 언제나 필요하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복잡한데도 일부러 찾아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진실이 존재합니다.^^
- 원본글 : http://m.blog.naver.com/intwominds/1018611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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